삼세오충열사 전북 익산시 용안면 문화,유적

초가을 오후, 익산 용안면의 들판을 지나 삼세오충열사에 도착했습니다. 하늘이 높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날이라 경내로 들어서기 전부터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이곳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세 분과 오충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당으로, 그 자체로 조용한 역사 현장이었습니다. 입구 앞의 붉은 홍살문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허리를 낮추게 되었고, 돌계단 위로 단정히 서 있는 전각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을 어귀의 작은 길을 따라 걷는 동안 개울물 소리가 잔잔히 들려 더없이 평화로웠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기운이 느껴졌고, 한 걸음마다 묵직한 시간의 무게가 전해졌습니다. 현판 위에 새겨진 글씨를 바라보니 오랜 세월에도 빛이 바래지 않은 충절의 의미가 선명히 다가왔습니다.

 

 

 

 

1. 용안면 들판 끝자락의 고즈넉한 길

 

삼세오충열사는 익산 시내에서 차량으로 약 25분 거리, 용안면 중심지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농로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다 보면 논 사이로 좁은 길이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가면 소나무 숲이 펼쳐지고 바로 앞에 붉은 기둥의 홍살문이 보입니다. 안내 표지판이 도로 초입에 세워져 있어 초행길이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차 공간은 사당 입구 옆에 소형차 다섯 대 정도가 머무를 수 있을 만큼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평일 오후에는 인적이 드물어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걸어볼 수 있습니다. 주변에 별다른 건물 없이 들녘이 시야 끝까지 이어져 있어, 사당으로 향하는 길 자체가 하나의 명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차를 세우고 나무길을 따라 오르며 먼 하늘과 논바람이 어우러지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2. 경내의 구조와 고요한 분위기

 

사당은 세 개의 전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마당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중앙에는 제향이 이루어지는 본전이 자리해 있고, 그 앞에는 의례용 제기와 향로가 정갈히 놓여 있었습니다. 주변 나무들은 오랜 세월을 버텨온 듯 굵은 가지가 하늘로 뻗어 있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잎사귀가 서로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습니다. 마루 바닥은 유난히 반질반질했는데, 오랜 세월 동안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쌓인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경내 한켠에는 관리소가 있어 제향일과 관련된 안내문이 비치되어 있었고, 방문객이 향을 피우고 잠시 묵념할 수 있도록 향로대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조용히 앉아 있으면 먼 과거의 시간과 지금의 바람이 한 공간에서 겹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지켜져 온 기품이 전각마다 스며 있었습니다.

 

 

3. 충절의 의미가 남은 사당의 상징성

 

삼세오충열사는 조선시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삼세’는 세 시대에 걸친 충절을, ‘오충’은 다섯 명의 충신을 의미합니다. 현판 위의 서체는 힘 있고 절제된 붓놀림으로 쓰여 있어 그 뜻을 한층 또렷하게 전합니다. 본전에 모셔진 위패 앞에는 향로와 위패함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내부에는 방문객들이 남긴 추모의 흔적이 조용히 남아 있었습니다. 다른 사당과 달리 설명문보다 공간 그 자체로 의미를 전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읽으며 고개를 숙였을 때, 그들의 결의와 시대의 무게가 실감되었습니다. 주변 소리가 잦아들고, 오직 바람과 나뭇잎 소리만 들리던 순간, 이곳이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정신을 이어가는 장소임을 느꼈습니다.

 

 

4. 작은 배려와 편의시설의 존재

 

사당 특성상 현대적인 시설은 많지 않았지만, 방문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보였습니다. 입구 옆에는 간단한 안내 팻말과 벤치가 마련되어 있었고, 그늘 아래에서는 잠시 앉아 경내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사당 옆의 관리동에는 간단한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쓰레기통도 눈에 띄지 않게 배치되어 있어 주변이 매우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작은 규모지만 손길이 닿은 자리마다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었고, 잡초 하나 없이 돌계단이 단정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햇살이 강한 시간에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어가기에 좋았고, 조용히 독서나 사색을 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비록 화려한 편의시설은 없지만, 불필요한 소음이 없는 그 자체가 오히려 큰 편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잠시 머무는 동안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5. 인근에 들러볼 만한 익산의 유적지

 

삼세오충열사 방문 후에는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용안생태습지를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강변을 따라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금마면 방향으로 이동하면 백제문화단지와 왕궁리유적이 이어지며, 고대 익산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근처 ‘용안면 옛길 카페거리’에서는 오래된 창고를 개조한 찻집들이 모여 있어, 사당의 고요함과는 또 다른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바깥 벤치에 앉으면, 멀리 들판 너머로 저녁 햇살이 내려앉는 장면이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역사 유적지와 자연, 그리고 지역의 일상 풍경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동선이라 하루 일정으로도 충분히 알차게 구성됩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팁

 

삼세오충열사는 제향일이 아닌 평일에는 비교적 한적합니다. 오전 10시 이전이나 오후 4시 이후에는 햇빛이 부드러워 사진을 찍기에 좋습니다. 경내가 모두 야외이므로 비 오는 날에는 미끄럼 방지를 위해 운동화 착용이 필요합니다. 또한 제사 관련 행사가 있는 날에는 차량 진입이 제한될 수 있어 방문 전 익산시 문화재과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좋습니다. 향을 피울 경우 관리인 안내를 반드시 따라야 하며, 제단 안쪽은 출입이 제한됩니다. 주변에 음식점이나 편의점이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물 한 병 정도는 챙겨 가는 것이 좋습니다. 조용히 머물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공간의 의미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습니다. 천천히 둘러볼수록 이곳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납니다.

 

 

마무리

 

삼세오충열사는 크지 않은 사당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과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조용한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이곳은 화려한 장식 대신 절제된 기품으로 충절의 상징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방문 내내 소란스러운 기척 하나 없이, 시간의 층위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익산의 많은 유적들 중에서도 이곳은 사람보다 바람이 더 많이 머무는 곳이었고, 그래서 더욱 고요하고 깊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다시 이 길을 찾는다면 가을 저녁 무렵, 노을이 들판을 물들이는 시간에 천천히 걸어보고 싶습니다. 단정한 공간 속에서 역사와 나 자신을 함께 돌아볼 수 있었던 뜻깊은 방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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