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금척리고분군에서 만난 신라 들판의 고요한 장엄

맑은 하늘 아래 바람이 잔잔하던 날, 경주 건천읍의 금척리고분군을 찾았습니다. 신라의 고분들이 모여 있는 넓은 들판 한가운데, 봉긋한 능선들이 고요히 이어져 있었습니다. 화려한 장식도, 안내 방송도 없는 그곳은 단지 흙과 바람, 그리고 세월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낮은 언덕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고분의 크기와 배열이 주는 장엄함이 서서히 느껴졌습니다. 마을과 산 사이에 위치한 이 고분군은 신라 초기의 무덤 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유적으로, 오래된 시대의 흔적이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걷다 보니 발밑의 흙 냄새와 억새 풀잎이 스치는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습니다.

 

 

 

 

1. 마을 끝자락에 자리한 고요한 언덕길

 

금척리고분군은 경주시 건천읍 금척리 마을 외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경주금척리고분군’으로 설정하면 마을 안쪽 작은 도로를 따라 이동하게 됩니다. 도로 끝에는 차량 두세 대가 머물 수 있는 작은 주차 공간이 있으며, 이후에는 도보로 이동해야 합니다. 고분군으로 향하는 길은 완만한 흙길로 이어지며, 좌우로는 논과 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길가에는 ‘국가유산 경주금척리고분군’이라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어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들판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낮은 둔덕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고, 그 사이로 억새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햇살이 부드럽게 고분의 둥근 곡선을 따라 내려앉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용히 걸으면 들리는 건 오직 바람과 새소리뿐이었습니다.

 

 

2. 고분군의 형태와 지형의 조화

 

금척리고분군은 완만한 구릉 지형 위에 크고 작은 고분들이 무리지어 분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원형 봉토분으로, 흙을 쌓아 올린 구조가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고분의 규모는 지름 20m 내외가 많으며, 일부는 봉분의 형태가 뚜렷하게 유지되어 있습니다. 무덤 사이에는 좁은 흙길이 이어지고, 일부 구간에는 복원 안내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특히 서쪽 능선에서 바라보면 고분의 곡선과 뒤편 산의 능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조화로운 풍경을 만듭니다. 흙 표면에는 들풀이 고르게 덮여 있었고, 봉분의 높낮이가 부드러워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고분군 전체가 일정한 리듬으로 배치되어 있어, 마치 신라인들의 질서정연한 미의식을 엿보는 듯했습니다.

 

 

3. 신라 초기의 삶을 보여주는 유적

 

금척리고분군은 5세기 중엽 신라 귀족들의 무덤으로 추정됩니다. 발굴 조사에서 토기, 철제 무기, 금속 장신구 등이 다수 출토되었으며, 이를 통해 당시 사회 계층 구조와 장례 문화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금척리 일대가 신라 초기 중심지 중 하나였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다른 대형 왕릉들과 달리 이곳은 권위보다는 생활과 가까운 흔적이 많아, 당시 지방 지배층의 무덤으로 보입니다. 봉분 아래의 목곽 구조와 돌무지 흔적이 남아 있어 신라인들의 정교한 축조 기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단순한 흙무덤이지만, 그 안에는 삶과 죽음, 그리고 신앙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조용히 서 있노라면 과거의 시간이 여전히 이 땅 위에 머물러 있는 듯했습니다.

 

 

4. 단정하게 관리된 관람 환경

 

고분군 일대는 울타리 없이 개방되어 있으며, 자연 그대로의 형태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주변을 정비하는지 잡초가 적당히 잘려 있었습니다. 입구에는 나무 벤치와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았습니다. 화장실은 입구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마을회관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고분군 내에는 안내 표식과 문화재 지정 안내판이 있어 관람 동선을 파악하기 편리했습니다. 별도의 입장료나 관리소는 없지만, 지역 문화해설사 프로그램이 있을 때는 간단한 설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평일에는 인적이 드물어 혼자 조용히 둘러보기 좋았고, 석양 무렵의 풍경이 특히 아름다웠습니다. 전반적으로 단정하고 정숙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볼 만한 경주 서부권 명소

 

금척리고분군을 둘러본 뒤에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천마총’과 ‘서악동 삼층석탑’을 함께 방문하면 좋습니다. 두 곳 모두 신라시대 무덤과 불교 유적의 흐름을 비교해보기 좋은 장소입니다. 이어 ‘건천온천’으로 이동해 따뜻한 온천물에 피로를 푸는 것도 추천합니다. 점심은 인근 ‘금척한우촌’에서 먹은 한우국밥이 인상 깊었습니다. 구수한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가 여행의 여유를 더했습니다. 오후에는 ‘불국사 방면’으로 이동해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 자락을 걸으며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경주의 동쪽보다는 한결 한적한 서부권 코스라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6. 관람 팁과 추천 시간대

 

금척리고분군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해가 질 무렵까지 관람 가능합니다. 오전보다는 오후 3시 이후 방문이 좋습니다. 그 시간대에는 햇살이 낮게 비쳐 고분의 곡선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여름철에는 그늘이 적어 모자와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고, 겨울에는 바람이 강해 따뜻한 옷차림이 필요합니다. 비 온 뒤에는 흙길이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운동화를 권장합니다. 관광객이 몰리지 않아 조용히 산책하기 좋으며, 사진 촬영에도 제약이 없습니다. 다만 봉분에 오르거나 돌출된 부분을 밟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봄에는 야생화가, 가을에는 억새가 피어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날씨 좋은 날에는 경주 평야의 드넓은 풍경까지 함께 조망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경주금척리고분군은 화려한 장식 대신 시간의 무게로 존재감을 전하는 유적이었습니다. 봉긋한 흙무덤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단순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멈춘 자리에 자연이 채워졌고, 그 속에서 신라인들의 삶과 죽음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잠시 앉아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으니, 천 년 전 이곳을 지났을 누군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번잡한 관광지와 달리 이곳은 오롯이 고요로 완성된 공간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봄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쬘 때 다시 찾아, 봉분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신라의 시간을 더 깊이 느껴보고 싶습니다. 금척리의 들판 위에는 여전히 역사가 숨 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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