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산자락에 숨은 조선 목조건축 비로전의 고요한 아름다움

늦여름 오후, 괴산 칠성면의 각연사 비로전을 찾았습니다. 도로 끝에 닿자 산자락이 부드럽게 감싸 안은 사찰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맑은 개울을 따라 이어지는 돌다리를 건너면 비로전으로 향하는 오솔길이 시작됩니다.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스칠 때마다 은은한 향이 퍼지고, 발끝에서는 자갈이 사각거렸습니다. 절집의 중심에 자리한 비로전은 단정하면서도 위엄이 느껴졌습니다. 기와지붕의 곡선이 매끄럽고, 단청은 세월이 지나 옅어졌지만 그 색감이 오히려 고즈넉했습니다. 문을 살짝 열자 나무 향이 짙게 퍼졌고, 안쪽에 모셔진 비로자나불의 모습이 조용히 빛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이 그 자리에 머물며 시간의 결을 느꼈습니다.

 

 

 

 

1.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접근 동선

 

괴산읍에서 차로 약 25분가량 이동하면 칠성면 각연사 입구에 닿습니다. 입구에는 주차장이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으며, 주차 후 약 10분 정도 산길을 걸으면 사찰이 나타납니다. 길은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있어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습니다. 오르는 길 옆에는 투명한 개울물이 흘러, 돌 위로 반사된 햇빛이 반짝였습니다. 초입의 나무 표석에는 ‘괴산 각연사’라 새겨져 있고, 그 아래에 비로전이 국가지정문화재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여름에는 수풀 향이 진하게 퍼지고,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길을 따라 물듭니다. 산속의 길이지만 잘 정비되어 있어 천천히 걷기 좋았고, 오르는 동안 마음이 한결 고요해졌습니다.

 

 

2. 비로전의 구조와 첫인상

 

비로전은 사찰의 중심 법당으로,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의 팔작지붕 구조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나무 기둥의 결이 또렷하고, 처마 밑 단청은 색이 바랬음에도 정교한 문양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지붕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넓게 퍼져 있어 안정감이 느껴졌고, 중앙의 현판에는 ‘毘盧殿’이라 또렷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문살을 통해 들어온 빛이 내부의 불상에 부드럽게 닿아, 은은한 광택을 냈습니다. 내부의 비로자나불좌상은 조선 중기 양식으로, 얼굴선이 부드럽고 눈매가 깊었습니다. 사방의 벽화는 시간이 흐르며 색이 옅어졌지만, 붓질 하나하나에 장인의 세심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절제된 아름다움과 세월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3. 역사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

 

각연사는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비로전은 그 중심이 되는 건물입니다. 현존하는 건물은 조선 초기의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 말기에 소실된 뒤 다시 중건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비로전은 조선 목조건축의 단정한 비례와 장식의 절제가 돋보이는 예로 평가받습니다. 내부의 비로자나불좌상 역시 국보급 가치가 있으며, 주변의 나무와 산세가 함께 어우러져 종교적 공간을 넘어 예술적 풍경을 완성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경전 필사와 선 수행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건물 하나하나에 장인의 기술과 수행자의 마음이 스며든 듯했습니다. 단순히 불교 건축이 아니라, 정신과 미학이 공존하는 공간이었습니다.

 

 

4. 세심한 관리와 자연의 조화

 

비로전 주변은 매우 정갈하게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마당의 돌바닥은 물기 없이 말라 있었고, 주변 화단에는 계절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향 냄새가 은은히 감돌았으며, 방문객들은 대부분 조용히 걸으며 경내를 둘러보았습니다. 관리소에서는 간단한 해설 브로슈어를 제공하고 있었고, 내부 촬영은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지붕의 풍경이 가볍게 울리며 공간에 생기를 더했습니다. 경내의 나무들이 빽빽하지 않아 햇빛이 고루 내려앉았고, 비로전의 기와와 산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불필요한 인공 장식이 전혀 없고, 오랜 건물 본연의 색과 결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 단아함 속에서 오히려 더 깊은 아름다움이 전해졌습니다.

 

 

5. 인근 명소와 연계 코스

 

각연사를 둘러본 후에는 사찰 바로 옆의 ‘각연사계곡’을 따라 산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맑은 물과 기암이 어우러져 여름철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습니다. 차로 15분 거리에는 ‘칠성면 삼송리 느티나무’가 있어 천년의 세월을 버틴 거목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점심은 칠성면 중심의 ‘산마루식당’에서 된장찌개 정식을 먹었는데, 구수한 맛이 산사의 여운과 잘 어울렸습니다. 오후에는 ‘괴산 산막이옛길’을 들러 산책하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불교문화와 자연경관이 한날의 여정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코스였습니다. 조용하면서도 깊이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6. 방문 시 유의사항과 팁

 

각연사 비로전은 상시 개방되어 있지만, 법회나 불사 기간에는 일부 구역 출입이 제한됩니다. 내부 불상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며,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합니다. 경내는 산속에 위치해 있어 계절에 따라 온도 차가 크므로 얇은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에는 벌레가 많으니 긴 바지를 추천하고, 겨울에는 눈길이 미끄러울 수 있습니다. 사찰 내에서는 조용히 대화하며, 종교 의식 중에는 출입을 삼가는 것이 예의입니다. 주차장은 무료이며, 음료나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와야 합니다. 비로전 앞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으면, 바람과 종소리가 하나로 섞여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그 순간이 이곳의 진정한 매력이었습니다.

 

 

마무리

 

괴산 각연사 비로전은 화려하지 않지만 완전한 균형미를 지닌 공간이었습니다. 단청의 흔들림 없는 선, 조용히 앉아 있는 불상, 그리고 산속의 바람이 모두 한 장면처럼 어우러졌습니다. 세월이 깊어질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건물의 존재감이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짧은 시간 머물렀지만 마음이 정리되고,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다시 찾는다면 초가을의 투명한 하늘 아래, 노랗게 물든 숲길을 걸어 비로전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오랜 신심과 장인의 손끝이 만들어낸,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같은 국가유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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